광화문 연가.

Sep 22, 2012, 06:54 PM

2012.09.22 2:15 pm @안양 석수동 본가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광화문 연가 -작사/작곡 이영훈>

쇼파에 누워, 낮잠을 자는 와중에, 엄마가 연주하는 광화문 연가를 들으면서 잠이 깬 나는 너무 좋아 어서 녹음을 시작했다.

태어나고 성인이 되기까지 종로에 머물던 엄마에게 이 노래는 특별했다. 덕수국민학교를 다녔고, 이 가사에 나오는 모든 것들이 엄마의 유년시절 일상이었고,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어릴적 삼촌과 함께 버스를 타고 학교를 통학했던 이야기부터, 대학교 시절 아빠와 데이트를 하던 이야기까지, 여러가지 추억이 담긴 이 곳에대한 노래를..부르고 있는 소리를 듣고있으니, 엄마에게 들었던 많은 추억과 엄마의 삶의 기록들이 문득 생각났다.

우리 부모님은 연애시절의 주고받은 편지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 우리집에는 20여권되는 클리어 파일에 빼곡히 엄마아빠의 낯간지럽고, 70-80년대 연인들이 익히 쓰던 사랑 언어가 그대로 담겨있는 편지들이 잔뜩있다. 편지뿐만아니라..둘만의 낙서노트며 일기장이며, 그외에도 많은 것들이 고스란히 집에 남아있다.

어렸을 때 책장을 살피다, 우연히 펴본 낡은 공책 속에는, 새해가 넘어 가는 12.31일 밤 찻집에 앉아 공책하나를 모두 낙서로 채운 둘의 글씨들을 보다 너무 낯간지러워서 덮었던 기억이 잇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닮아 간다는 말마따라, 30년 전 그 때 주고받은 글들을 보고 있으니, 누가 누구에게 보낸건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필체마저 너무 닮아 있다.

광화문 연가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둘의 연애편지들을 지금 또 한번 펼쳐보았고, 여전히 낯간지러우나, 요새 연인들은 주고 받기 힘들만한 시적이고, 서로에게 치열하고 성실하게 사랑하며, 순간 마저도 소중하게 여기는 어느 소설보다도 흥미로운 이런 글귀들을 볼 수 있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있다. 30년 전의 내 또래 연인들의 연애편지 속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은 기대이상으로 컸고, 이제는 기성세대가 되버린 그 시절 신세대의 이야기를 보며, 나의 지금 이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나는 연애를 해야한다고...